가까운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이들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방에만 틀어박혀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갑니다.  

동화 《이찬실 아줌마의 가구 찾기》 역시, 우리 이웃에 한 명쯤 있을지도 모를 은둔형 외톨이 이야기입니다. 이찬실 아줌마가 외톨이로 자란 데는, 엄마인 송정 할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송정 할머니는 어린 딸에게 늘 이렇게 말했지요. “돌아다닐 생각 말고 집에 조신하게 있어라. 세상이 만만한 줄 아냐?”

엄마 말씀을 잘 따랐던 ‘착한 딸’ 이찬실 아줌마는, 사람들과 사귀어볼 용기도 내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내성적인 여자로 자랐습니다. 아줌마의 소일거리라고는 낡은 가구를 닦고 집을 청소하는 일뿐이었습니다. 단 한 명뿐인 말동무, 엄마조차 3년 전에 돌아가신 뒤에는 진정한 외톨이가 되었지요. 결국 아줌마는 낡은 가구들을 모두 버리고 새집으로 이사함으로써, 외롭고 불행했던 과거를 벗고 새 삶을 살려 합니다.

하지만 낡은 물건을 버리고, 집을 옮기고, 새하얀 새 가구를 집에 들였어도 아줌마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지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찬실’은 그대로였으니까요.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나이까지 많은 여자를 구원하는 사랑 따위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내 이름은 김삼순>같은 대중문화의 판타지 속에서나 존재할 뿐입니다. 새 집은 감옥처럼, 새하얀 병동처럼 아줌마를 가두었고, 그녀는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국 낡은 집을 떠나온 지 한 달 만에, 괴로움을 견디다 못한 이찬실 아줌마는 버린 가구들을 되찾으러 나섭니다. 가구들이 어떻게 생겼던지 기억을 되살려 꼼꼼하게 그린 벽보까지 들고서요. 수십 년간 닦고 어루만지던 가구들이니, 눈을 감고도 무늬 하나, 부서진 곳 하나까지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지요. 가구를 찾아온다면, 잃어버린 평안함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버린 지 한 달이나 지났으니 가구들이 그 자리에 남아있을 리 있나요. 간신히 야채가게 아줌마의 도움으로 단서를 찾은 이찬실 아줌마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가구의 이동 경로를 되짚습니다. 자개장롱은 유모차를 몰고 다니며 폐품을 줍는 할아버지네 집에 모셔져 있고, 침대 매트리스는 동네 공터에 분해되어 꼬마들의 놀잇감이 되어 있었습니다. 책상은 아마추어 화가 아저씨의 작업대로 변신해 있었고요.

이찬실 아줌마는 뿔뿔이 흩어져 버린 가구의 행방은 알아냈지만 되찾아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 낡은 가구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유모차 할아버지의 쌀쌀맞은 모습 뒤에 숨은 친절함도 알게 되고, 낡은 매트리스 위에서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도 느낍니다. 자신이 벽보에 그린 가구 그림을 칭찬해주는 화가 아저씨도 만났지요. 어느새 화가의 작업실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신을 보며, 아줌마는 깜짝 놀랍니다. 화가 역시 아줌마가 그렇게 꺼리던 ‘낯선 남자’였으니까요.

아줌마는 가구 찾기를 완전히 포기했지만 이제 새롭게 해야 할 일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종이를 꺼내 적기 시작합니다. ‘꼬마들에게 줄 막대사탕 한 봉지 사기, 유모차 할아버지에게 스웨터랑 열무김치 갖다 드리기, 그림 도구 사기, 화가 선생님 찻잔….’

100쪽을 겨우 넘긴 얇은 책을 덮을 무렵이면 목이 메어옵니다. 이찬실 아줌마가 간신히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힘내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삭막한 세상에 한 발을 내딛은 아줌마가 상처받지 않고 살기란 힘들 겁니다. 다시 동굴 같은 집으로 돌아가 은둔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유모차 할아버지나 화가 아저씨가, 실은 생각지도 못한 ‘나쁜 사람’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상처받는 일이 생겨도,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이찬실 아줌마가 체험으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내기를 빌어봅니다.  

* 이찬실 아줌마의 엄마인 송정 할머니는 3년 전에 돌아가신 터라 책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의 깊게 바라본 건, 송정 할머니에게서 보이는 그릇된 어머니상입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딸을 닫힌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조장한 그 사람에게 화가 났습니다. 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얼마나 오랜 시간 잔혹한 짓을 저질러 왔는지, 그 엄마는 단 한번이라도 느낀 적이 있을까요? 그의 딸은 무슨 죄로 그렇듯 형벌같은 삶을 살아야 했을까요? ‘송정 할머니에게도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이찬실’이 자라고 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폭행이나 폭언을 하는 것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찬실 아줌마의 가구 찾기 상세보기
박미라 지음 | 바람의아이들 펴냄
이찬실 아줌마는 헌 가구를 되찾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자신 안에 잠재된 능력을 발견한다. 이찬실 아줌마는 함께 살던 어머니 송정 할머니가 돌아가지사 낡은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새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