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샤시 사진'이 좋아진 이유
2008/09/20 10:14
|
눈고양이 스밀라
'뽀샤시 사진'을 거북하게 느꼈던 건, 결점은 없지만 인간미는 결핍된 것 같은 그 사진에 감정이 이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인물사진의 요소를 묻는다면, 난 그 사람의 개성적인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 사진이 좋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스밀라를 찍으면서 '뽀샤시 사진'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허접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사진의 가치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끼게 됐다.
짬 날 때마다 스밀라를 찍어주는데, 정신없이 찍다 보면 스밀라가 뽀샤시하게 찍힌 사진들이 몇 장씩 나온다. 셔터스피드가 느렸거나, 초점을 못 맞췄거나, 스밀라가 갑자기 움직였거나. 하여간 실수가 만들어준 '뽀샤시 사진'인데, 엉성하게 찍은 그 사진이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이는 거다.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는 더 빛나 보이고, 보드라운 털이 살랑살랑 움직일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이른바 '칼초점'으로 찍은 사진과는 또 다른 몽환적인 매력이 있었다.
좋은 사진의 절대적 기준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이 된다.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 자신의 '뽀샤시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 사진은 당사자에게 멋진 사진으로 남는 것처럼. 스밀라의 짝퉁 '뽀샤시 사진'도, 내겐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때 흐린 것은 잘못된 것이고, 작위적인 것이고, 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사진은 흐려도 눈부시다. 대상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그 사랑은 자기애일 수도 있고, 타인을 향한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스밀라가 내게 준 이해의 선물이다. 언젠가 스밀라의 '뽀샤시 사진'만으로 앨범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눈고양이 스밀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양이의 못말리는 비닐사랑 (25) | 2008/10/29 |
|---|---|
| 그분의 취향 (4) | 2008/10/09 |
| '뽀샤시 사진'이 좋아진 이유 (4) | 2008/09/20 |
| 고양이의 도도한 매력 (10) | 2008/09/14 |
| 스밀라가 두발로 설 때 (7) | 2008/09/13 |
| 낡은의자로 만든 고양이 놀이터 (19) | 2008/09/10 |





최신 댓글최신 댓글
19:20
19:13 김수연
14:34 핑크펄버니
13:01 초록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