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침, 일어나보니 허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다. 걸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허리에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일주일 전부터 오른쪽 등뼈 언저리가 뻐근하게 아팠고, 똑바로 걷기가 힘들어서 임산부처럼 어기적거리면서 팔자걸음으로 걷기는 했다. 평소보다 좀 더 불편하다 느꼈지만, 그 전에도 가끔 허리가 아픈 적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날은 고통의 강도가 확실히 달랐다. 혼자서 몸을 옆으로 돌릴 수도, 몸을 일으킬 수도 없자 그제야 위기감을 느꼈다. 정말 병원에 가야겠다 싶었다. 도저히 못 걷겠는데, 병원에 안 가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갔다. 어머니 어깨를 보행기 삼아 짚고 발을 옮겨야 겨우 3cm씩 걸을 수 있었다. 아마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 큰 어른들이 웬 기차놀이 하나 싶었을 거다.
척추질환 전문이라고 추천을 받아 찾아간 병원은 MRI를 찍지 않으면 구두진단만 하고 돌려보낸다. 방사선 촬영보다 MRI가 정확하기야 하겠지만, 변변한 수입도 없는 처지에 66만원이라는 거금을 한방에 쓰자니 가슴이 떨렸다. 내가 망설이니 의사는 약물처방만 하고 진료를 끝낼 기세다. 들어가서 증세를 설명한 지 한 3분쯤 됐을까. 어디가 무엇 때문에 아픈지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MRI는 못 찍어도 방사선 촬영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그건 17000원밖에 안 되니까 아예 권하지도 않는 건가.
MRI 촬영을 선뜻 결정할 수가 없어서 그냥 나왔더니, 어머니가 얼른 MRI 찍으라고 호통이시다. 너무 아프기도 하고 이대로 돌아가면 더 상태가 나빠질 것 같아서 결국 MRI 촬영을 했다. 검사하고 촬영하느라 건물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조금만 발을 떼려 해도 허리에 통증이 와서 병원 휠체어를 빌렸다. MRI 사진을 보니 4, 5번 척추 사이로 수핵인지 뭔지가 조금 삐져나와 있다. 의사는 추간판탈출증이라며 당장 수술해야할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안정하면서 결과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척추주사 처방을 해준다. 이게 또 보험이 안돼서 18만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척추주사의 힘인지, 소염진통제의 힘인지 조금 통증이 덜하다. 조심조심 혼자 몸을 일으킬 수 있지만 아직 걷는 게 힘들다. 어제는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혼자 걷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걸을 수만 있어도 세상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아프다 싶을 때 바로 병원에 가야 했는데, 만들고 있는 책의 마감이 급하고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다보니 이렇게 됐다. 지난 주에 똑바로 걸을 수 없다고 처음 느꼈을 때 바로 병원에 갔다면 이 지경까지는 안 됐을지도 모르겠다. 스밀라가 좀 낫나 싶더니 이젠 내가 병원 신세라. 간호를 받아야 할 입장인 어머니가 되려 고양이와 나의 병간호까지 떠맡게 되어 죄송스럽다. 내가 아픈 스밀라를 보며 마음이 괴로웠던 것처럼, 어머니도 딸자식이 끙끙 앓는 게 괴로우실 거다. 달리 효도가 없다. 아프지 않는 게 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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